2000년대 초반은 대한민국이 IT 강국으로 도약하기 시작한 시점이면서, 동시에 청소년 및 아동 문화를 형성하는 다양한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기였다. 이 시기에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혼재된 상황이 본격적으로 끝나고, 전국 곳곳에서 초고속 인터넷이 뿌리내리기 시작하면서 ‘인터넷 문화를 통한 놀이’, ‘온라인 상에서의 정보 교류’가 보편화되었다. PC방이 빠르게 늘어났고, 개인용 컴퓨터가 가정에 보급되면서 초등학생들은 자연스레 온라인 포털 사이트와 게임을 접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초등학교에서는 컴퓨터 교실이 생겨나며 ‘워드 배우기’ 혹은 ‘파워포인트 만들기’ 같은 수업들이 개설되곤 했다. 이는 단순히 교과목에 국한된 일이 아니었다. 학생들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이나 PC방에서 인터넷을 켜, 각종 포털 사이트나 커뮤니티를 통해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캐릭터 위주의 유·아동용 웹게임으로 손쉽게 놀이 시간을 채웠다.
이 시기의 특징은 ‘아직 자율 규제나 저작권 인식이 부족했던 초기 인터넷 문화’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도할 수 있었던 개척 시대’가 공존했다는 점이다. 플래시 애니메이션과 짧은 분량의 웹툰, 2D 기반 캐릭터 게임, 그리고 각종 커뮤니티의 자유로운 창작물 공유 등이 활발했다. 이 가운데, 학생들은 물론 직장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인터넷 공간에서 구분 없이 뒤섞여 놀이와 커뮤니케이션을 즐겼다. 예컨대 ‘야후! 꾸러기’, ‘네이버 쥬니어’, 각종 작은 중소규모 사이트들은 때로는 과자 회사나 출판사의 후원을 받아 만화와 게임, 마스코트 캐릭터를 널리 알릴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처럼 2000년대 초반의 대한민국은 ‘인터넷의 대중화’와 ‘어린이·청소년 온라인 문화의 폭발적 성장’이 함께 나타나는 문화적 전환기를 맞이했다. 지금과 달리 스마트폰 대신 PC가 아동의 주요한 온라인 창구가 되면서, 게임 문화나 애니메이션 소비가 한층 더 활기를 띠었다. 그리고 이 시기 생산된 여러 애니메이션과 웹게임들은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큰 지지를 얻었으며, 동시에 과자나 캐릭터 상품 시장과 연계되어 새로운 수익 모델을 형성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애니메이션 시리즈나 자체적인 마스코트 캐릭터,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각종 플래시 게임이 크게 유행했다.
대한민국 애니메이션이 본격적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계보를 따라가 보면,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이어지는 특징적인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1990년대에는 해외 작품의 수입 방영이 주류를 이루면서 《세일러문》, 《드래곤볼》, 《슬램덩크》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이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도 점차 많은 투자를 받기 시작했고, 국산 캐릭터를 내세운 작품들이 서서히 자리를 잡았다.
이를테면 《원더풀 데이즈》 같은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시도가 있기도 했고, 《뚜루뚜루 찌비찌비 뽕뽕》, 《쁘띠쁘띠 뮤즈》, 《안녕! 자두야》처럼 다소 귀엽고 유머러스한 일상물을 추구한 TV 시리즈들이 사랑받았다. 또한 광고나 기업 마스코트 캐릭터를 기반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전략도 이 시기에 나타났는데, 아이스크림 회사나 과자 브랜드, 문구 기업 등에서 ‘어린이 소비층’을 잡기 위한 다양한 기획을 시도한 것이다.
이런 다양한 시도가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뽀롱뽀롱 뽀로로》, 《라바》처럼 세계적으로 알려진 히트작도 탄생하였다. 더불어 중소규모의 출판사나 식품회사에서 만든 캐릭터들이 웹애니 혹은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성장하고, 어린이들에게 높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특히 아이들의 관심을 빠르게 사로잡기 위해선 ‘개성적인 비주얼’과 ‘간단하지만 중독성 있는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기업들은 애니메이션을 적극 활용해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고, 과자나 음료, 문구류 같은 관련 상품의 매출을 올리려 했다. 이같은 ‘미디어 프랜차이즈화’는 해외에서 먼저 시도된 방식이었지만, 대한민국에서도 점차 보편적인 마케팅 기법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로써 탄생한 수많은 캐릭터들은 웹 기반 플래시 게임과 결합되거나, 포털 사이트의 콘텐츠로 확장되어, 당시 초등학생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했다. 애니메이션의 조연 캐릭터가 인터넷 게임으로, 혹은 특별한 이벤트 페이지로 제공되어 연장선상의 스토리를 구축하는 사례도 많았다. 이런 활발한 아이디어와 시도가 2000년대 초중반의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계보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었다.
어린이 대상 마케팅에 특히 공을 들인 기업 중 하나가 바로 식품회사였고, 그중 ‘아이부라보닷컴(아이브라보)’는 저연령층의 호기심을 겨냥해 독특한 형식의 웹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다양한 캐릭터와 웹애니메이션, 게임을 결합해 ‘우리 과자를 먹으면 이런 재미있는 콘텐츠도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식이었다.
사실 ‘아이브라보’라는 이름은 2000년대 초반에 온라인 곳곳에서 익숙하게 접할 수 있던 브랜드 중 하나였다. 사이트에 들어가면 브랜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웹툰, 플래시 애니메이션, 그리고 각종 미니 게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이들은 회원가입 후 이벤트에 참여해 상품을 받거나, 게임 랭킹에 오르기 위해 마우스를 필사적으로 클릭하곤 했다. 이런 참여형 콘텐츠는 ‘디지털 원주민’ 세대를 겨냥해 큰 호응을 얻었다.
한편 화장품 브랜드인 아이소이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비슷한 마케팅 방식을 차용하기도 했다. 캐릭터나 스토리텔링을 통해 브랜드 가치와 상품 특성을 쉽게 홍보하려는 전략은 이미 여러 산업군에서 검증된 바 있었다. 아이소이는 주로 성인 여성 대상의 코스메틱 브랜드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름의 유사성(‘소이’)으로 인해 ‘어린이용 게임이 등장한다면 재미있겠다’ 하는 식의 소비자 반응도 있었다. 실제로 시간이 지나며 아이소이는 특정 이벤트를 열어서 소비자들이 ‘추억의 플래시 게임’을 다시 즐길 수 있도록 시도하기도 했다. 이것은 브랜드의 참신한 마케팅 전략으로, 유저 간 입소문을 통해 화제를 만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주요 축은 2000년대 초중반, 대형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운영했던 ‘쥬니어네이버’였다. 이곳은 말 그대로 어린이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전용 플랫폼이었다. 게임, 동요, 동화, 만화, 학습 자료 등 아동 친화적이고 교육적인 콘텐츠가 가득했다. 여기에는 각종 플래시 게임이 제공되었고, 때때로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단편으로 분할해 웹 상영하기도 했다.
쥬니어네이버는 저연령층이 직접 로그인해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면서,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그림일기나 작품 감상문 등을 올릴 수 있게 했다. 어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표현력이 서툴렀던 어린이들도 온라인을 통해 소통하면서 간단한 댓글 문화를 체득했다. 이 같은 SNS와 유사한 기능이 활성화되며, 어린이들끼리 가벼운 ‘인터넷 친구’를 맺기도 했다.
여기서 제공된 게임들은 초등학생에서부터 중학생 초반 정도까지 폭넓은 연령대를 대상으로 삼았고, 《플래시 퍼즐》, 《드레스업 게임》, 《점프 액션 게임》, 《리듬 게임》 등 장르가 무척 다양했다. 특히 조작이 단순하고 귀여운 그래픽을 갖춘 게임들이 다수였다. 이처럼 어린이 포털 사이트는 단순 오락 제공뿐 아니라, 동영상, 이야기책, 공익 캠페인 등 종합적인 디지털 놀이 공간으로서 기능했다. 여러 기업과 연계된 마케팅 애니메이션이나 이벤트 게임도 이곳에서 함께 소개되곤 했다.
2000년대 초중반 웹 환경에서 애니메이션과 게임이 흥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어도비 플래시(Adobe Flash)’ 기술의 대중화였다. 플래시는 웹 브라우저만 있으면 용량이 큰 프로그램 설치 없이도 간단한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혁신적인 도구였다. 텍스트, 사운드, 이미지를 통합해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으니, 기업이나 개인 모두에게 매력적인 기술이었다.
비록 지금은 HTML5와 다른 기술들이 등장해 플래시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당시에는 플래시가 거의 표준처럼 쓰였다. 작은 창에 귀여운 캐릭터가 뛰어다니고, 복잡한 코드 없이도 다양한 버튼 클릭 이벤트나 시나리오 분기가 구현되면서, 어린이들에게 특히 매력적인 웹게임들이 대거 탄생했다.
그러나 플래시는 컴퓨터 성능에 따라 구동 속도가 크게 달라졌다. 또 사용자의 브라우저 설정이나 플러그인 버전에 따라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보안 문제나 모바일 환경 대중화 등의 이유로 점차 퇴출이 결정되면서, 많은 플래시 기반 사이트와 게임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다행히 일부 아카이브 사이트나 개인 개발자들이 플래시 게임을 복구·저장하기 시작해 ‘추억을 되살려주는 창고’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플래시 콘텐츠를 완전히 복원하기란 쉽지 않다.
이 시기에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다녔던 학생들의 회상을 들어보면, 인쇄 매체나 TV 광고를 통해 익숙해진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를 학교 컴퓨터실에서 웹게임으로 이어서 즐겼다는 식의 추억이 흔히 등장한다. 말 그대로 ‘교실 – 웹사이트 – 과자 상자 – 문구점’을 잇는 하나의 생활권이 있었던 셈이다.
예컨대 쉬는 시간에 친구와 ‘어제 발견한 귀여운 플래시 게임’을 이야기하고, 집에 와서는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포털 사이트에 접속한 뒤, 그 게임을 실행한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한 웹툰이나 ‘관련 상품 이벤트’를 본다. 그리고 다음 날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너 혹시 어제 그 이벤트 했어?”라는 식으로 대화를 나눈다. 이런 패턴이 자연스럽게 반복되면서, 어린이들은 인터넷을 통한 놀이와 소통에 점차 익숙해져 갔다.
또한 이 시기, ‘인터넷 스타’가 되거나 창작물을 공유하는 문화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초등학생, 중학생들도 그림이나 만화를 온라인에 올리고, 플래시로 간단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는 등 창작 활동에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다. 아직 크리에이터나 스트리머라는 개념은 희미했지만, ‘개인 홈피(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자신만의 콘텐츠를 올려 관심을 받는 즐거움을 일찍부터 경험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시각·청각적 매체를 활용하기 좋은 플래시는, 예비 창작자나 어린이들에게 매력적인 도구이자 놀이터가 되었다.
2020년대 들어서면서, 2000년대 초중반에 학창 시절을 보낸 20~30대들은 자신들이 즐겼던 레트로 문화를 회상하며 소셜 미디어나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찾아보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당시를 추억하는 사람들은 “옛날에 하던 플래시 게임 없나?”라며 어릴 적 그리움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키워드가 있으니, 바로 슈게임 같은 추억의 웹게임들이다.
사실 이런 플래시 기반의 옛날 게임은 난이도가 의외로 높아서, 정작 초등학생이었던 당시에는 끝까지 깨지 못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도 ‘그림체가 귀엽고, 제한시간 내에 주문에 맞춰 요리나 스타일링을 해야 하는’ 식의 미니 게임은 상당한 중독성을 자랑했다. 게다가 저연령층 웹사이트 특유의 통통 튀는 색감과 귀여운 사운드 효과가 더해져, 남녀노소 불문 누구나 가볍게 손이 갔다.
이렇듯 2000년대 초중반의 웹게임들은 단순한 애니메이션 광고 수단을 넘어, 어린이를 비롯해 폭넓은 연령대가 함께 즐기는 놀이 문화였다. 심지어 ‘랜덤 생성’ 혹은 ‘버그’를 이용해 기상천외한 결과물이 나오면, 그것을 스크린샷으로 캡처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는 방식으로 2차 콘텐츠가 유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플래시 게임을 다시금 구동시키기 위해 아카이브 사이트나 에뮬레이터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단순한 ‘옛날 놀이’ 이상의 추억과 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다.
동시에, 2000년대 초반에는 아이돌 문화도 한층 성장하며 자리 잡았다. H.O.T, 젝스키스, S.E.S, 핑클 등 1세대 아이돌의 전성기가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에 꽃을 피웠고, 이후에는 보아, 이효리, 비, 동방신기 등 새로운 스타들이 각기 다른 스타일로 톱 아이돌 가도를 달렸다.
이 시기에는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들도 ‘마법소녀 + 아이돌’과 같은 컨셉을 결합해, 어린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어린이가 변신해서 아이돌이 된다는 이야기 구조는 얼핏 판타지 같지만, 당시 어린이들은 ‘학교생활을 하다가, 무대 위에서 주목받는 스타로 변신한다’는 설정 자체에 신나는 매력을 느꼈다. 많은 창작물에서 이런 ‘비밀스러운 이중생활’ 혹은 ‘듀얼 아이덴티티’ 콘셉트를 자주 차용했으며, 실제로 그렇게 만든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이 큰 호응을 얻었다.
여기에 패션 잡지나 팬시 스티커 같은 소품, 캐릭터 인형이나 문구 상품이 함께 판매되면서, 아이돌 스토리가 단순 만화 한 편을 넘어 종합적인 오락 패키지로 기능하게 되었다. 이는 기업 측에서도 큰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흥미로운 사업 모델이었고, 어린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웹게임·애니·문구류가 한데 어우러져 친구들 사이에서 쉽게 공감대를 쌓을 만한 놀이 문화가 되었다.
한편,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플래시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중단하는 브라우저가 늘어났다. 결국 2020년이 되기 전에 구글 크롬, 마이크로소프트 엣지, 사파리 등 주요 브라우저들이 플래시 지원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하며, 플래시 기반의 과거 웹게임과 애니메이션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아카이브 사이트나 여러 자원봉사자, 그리고 과거 플래시 개발자들의 노력이 맞물리면서, 옛날에 사랑받았던 ‘그 게임들’을 살려내려는 움직임도 활발히 이어졌다. 예를 들어, 플래시 게임 실행 환경을 별도로 구축하거나, HTML5로 리메이크하는 프로젝트들이 등장했다. 일부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금을 모으기도 하고, 추억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 유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재미있는 점은, 이 과정에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팬아트를 그리거나, 옛날 캐릭터를 활용해 웹툰을 만드는 2차 창작 문화도 함께 커졌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초등학생이었던 유저들이 이제는 어른이 되어, 스스로 만화를 그리거나 게임을 리마스터하며 “이때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해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생겨난다. 이렇게 세대를 거치며 콘텐츠가 재해석되고 확장되면서, 과거의 문화유산이 새로운 시대의 창작물로 되살아나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 대한민국에서 꽃피운 애니메이션과 웹게임, 그리고 아이돌 문화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지금까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당시 어릴 때부터 인터넷 환경에 익숙해진 세대가 성인이 되어, 디지털 콘텐츠 창작자나 마케터, 게임 개발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그들의 추억은 다시금 ‘레트로 열풍’과 결합해, 새로운 창작물이나 이벤트를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과거에 시도했던 어린이 타깃 마케팅 경험을 토대로, 디지털 콘텐츠와 상품을 결합하는 전략을 더 세련된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아이돌+변신소녀 같은 콘셉트는 계속해서 진화해,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웹툰, 모바일 게임, VR 콘텐츠 등 다양한 매체에서 변형·재탄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한류 문화의 일부로 해외로도 뻗어나가고 있다.
물론 달라진 점도 있다. 이제 어린이·청소년들은 PC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포털 사이트가 아닌 동영상 플랫폼이나 SNS 앱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소비하기에, 예전과는 다른 사용자 경험을 쌓게 되었다. 그렇지만 ‘인터넷을 통해 놀이와 창작을 즐기는’ 문화적 본질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수십 년이 지나도 마음속에 남아 있는 캐릭터와 노래, 추억의 플래시 게임, 그때 샀던 문구 상품들… 이러한 기억은 세대를 막론하고 삶의 작은 즐거움이 된다.
결국 어린이·청소년 문화는 어느 시대든 기술의 변화에 발맞추어 끊임없이 진화한다. 2000년대 초중반이 ‘포털 사이트와 플래시, TV 광고, 과자 마케팅’의 시대였다면, 오늘날은 ‘스마트폰 앱, 스트리밍 서비스, SNS 밈’의 시대일 것이다. 언젠가 시간이 흘러 2030년대가 되었을 때, 지금의 어린이들이 누리는 AR 게임이나 초고화질 애니메이션을 또 다른 세대가 레트로로 기억할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이렇듯 과거가 미래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안에서, 2000년대 초중반을 대표하는 웹게임과 애니메이션, 그리고 그 중심에 있던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과 유년의 추억은 지금도 계속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세월이 흐르더라도, 누군가가 “옛날 생각난다, 그때 그 플래시 게임 해봤어?”라며 웃음 지을 수 있는 한, 어린 시절의 향수와 레트로 열풍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분명 다양한 콘셉트와 함께 반짝였던 수많은 캐릭터와 노래들, 그리고 아주 잠깐이지만 ‘슈게임’이라는 이름으로 상징되었던 추억의 단편들도 함께 담겨 있을 것이다.